[이규화의 지리角角]서울 재건축, 50층이냐 70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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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角角]서울 재건축, 50층이냐 70층이냐
작성
초록공인중개사
등록일
2021-03-26
조회
1065

[이규화의 지리角角]서울 재건축, 50층이냐 70층이냐

디지털타임스 | 2021.03.26 03:17


 35는 서울 재건축조합 주민들에게 지난 10년여간 천형(天刑)과도 같았던 숫자다. 35는 층고(층수)를 말한다. 전임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 조례로 주거지역 아파트의 최고 층고를 35층으로 제한했다. 층고를 더 높여 아파트단지를 재건축하려던 재건축조합이나 재개발조합의 주민들은 애가 탔다. 대표적인 것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단지다.


층고는 재건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가구를 늘릴 수 있어 사업의 채산성을 높일 수 있고, 조망권을 확보하며, 건폐율을 낮춰 넓은 녹지를 가질 수 있을 뿐아니라 랜드마크 효과까지 있어 재산 가치를 높여준다. 그러니 은마아파트처럼 적절한 조건이 조성될 때까지 10년 넘게 기다리겠다는 조합이 수두룩하다. 특히 강남서초지역에 많다.


◆박영선·오세훈 후보 모두 35층 규제완화 약속


그런데 박원순 마법이 풀리고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범야권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모두 35층 층고제한을 풀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신규아파트 공급을 위해서는 층고를 높여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 단, 두 후보간 방식은 다르다. 박영선 후보는 층고 규제를 푸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이 개입하는 재건축·재개발 방식에 가깝다.


오세훈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민간에 맡길 것이라고 한다. 오 후보는 서울시가 조례로 국가법령에서 정하는 용적률 규제보다 30%에서 100%까지 용적률을 낮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정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오 후보 모두 층고를 어느 선까지 허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밝히진 않았으나 35층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최근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상승하고 있다.


◆집값 폭등의 도화선이 된 35층 층고제한


사실 '35층 층고제한'은 깊은 함의를 품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이 '35층 층고제한'에 닿는다. 박원순 전 시장은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주거지역에 아파트를 지을 때는 층고를 일률적으로 35층이 넘지 않도록 규제했다. 그 여파는 엄청났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높게는 50층 안팎으로 층고를 올려 가구 수를 늘림으로써 재건축 사업의 채산성을 높이려던 조합들의 계획은 무산됐다.


재건축 조합원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경제적 이익 뿐만이 아니었다. 층고를 올림으로써 건폐율을 낮출 수 있고 이는 녹지를 보다 넓게 확보할 수 있다. 초고층 스카이라인은 랜드마크 역할을 해 자산 가치도 배가된다. 이 같은 효과를 노렸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차라리 사업을 중단한다는 결정을 했다. 정부도 박원순 정책에 맞장구를 치며 서울 강남서초 등 특정지역 재건축과 관련한 수요를 투기로 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강력히 시행했다. 신규 아파트가 급감하자 강남 신규 아파트 값은 폭등했고 그 여파는 서울 전역, 나아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로 파급됐다. 결국 35층 층고제한이 지금의 집값 폭등의 도화선이 됐던 것이다.


◆왜 하필 35층인가


그렇다면 왜 하필 35층인가. 30층도 아니고 40층도 아닌 35층으로 규제하는 이유가 무언가. 사실 이에 대해서는 박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도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시장(재건축·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의 층고 상향 요구, 일조권과 적정한 스카이라인 확보를 감안하면 '그 정도면 되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설명뿐이었다. 아무런 과학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는 답변이다.


더 놀라운 것은 대놓고 말은 않지만, '위화감 조성'이 이유 중 하나였다는 점이다. 초고층의 신규 아파트들이 속속 들어서면 그렇지 않은 기존 주택 주민, 특히 재건축에 탄력이 붙는 강남서초 지역과 여타 지역간 위화감이 조성돼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파트가 낡아 새로 건축을 해야 하는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심기가 불편할 수 있으니 그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 다른 유력한 이유는, 강남을 중심으로 한 민간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투기적 수요가 몰려들어 집값을 올리므로 시장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거였다. 그러나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재건축·재개발을 억제한 것이 집값을 폭등시킨 단초가 됐다.


◆한계이익 제로가 되는 층수는?


누가 서울시장이 되느냐에 따라 층고 규제완화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래도 박영선 후보의 경우는 보수적으로, 오세훈 후보는 좀 더 과감히 완화 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층고를 완화했다고 해서 아파트 층수를 무턱대고 올리는 것은 필요하지도 현명하지도 않다. 시장의 수요도 살펴야 한다. 조망권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지기(地氣)를 쏘여야 한다며 저층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기술적으로 100층 이상을 짓는 것은 쉬우나 경제적 실익도 따져봐야 한다.


빌딩의 층고에도 한계이익 체감이라는 게 있다. 공간효용 체감도 발생한다. 한 개 층을 더 올리는데 따라 골조, 공조, 엘리베이터, 배전, 상하수도 시설의 추가비용이 더 든다면 층고는 거기에서 멈춰야 한다.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층고 규제는 일률적으로 몇 층으로 정할 게 아니라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설업계에서는 50~70층 선에서 수렴하지 않을까 예상한다.


좋은 예가 있다. 2011년 3월 50층·200m 이상 건물을 초고층 건축물로 규정하고 30층 마다 한 층을 비워두는 등 갖가지 안전 규정을 둔 '초고층 및 지하 연계 복합건축물 재난관리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후 49층 건물이 양산됐다. 건축공법의 눈부신 발전으로 초고층 건물의 안전은 크게 향상됐다. 환경이 달라지면 법도 개정돼야 하는데, 그대로다. 그 사이 획일적 스카이라인이 형성됐다. 지난 10여 년간 층고 족쇄에 갇혔던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면 서울의 스카이라인도 좀 더 역동적으로 변모하지 않을까 싶다.

논설실장